게으른 몸뚱이를 이끌고 북한산에 왔습니다. 등산을 하러 왔다면 더 좋았겠지만, 아직 그럴 체력은 아닌 듯해서 오늘은 간단하게 둘레길만 돌아볼까 합니다.

북한산도 식후경이라고, 도착하니 점심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밥을 먹고 이동하기로 합니다. 미리 인터넷으로 알아본 화랑식당입니다.


지하 1층에 위치한 식당인데 내부 인테리어가 깔끔합니다. 반찬도 유기그릇에 정갈하게 나오는데, 하나같이 맛이 좋습니다. 함께 나오는 선짓국도 국물이 깔끔하고 비린 맛없이 맛있네요.

독특한 점은 돼지 등 지방이 함께 나옵니다. 비빔밥에 넣어서 함께 비벼 먹으라고 하시는데, 육회 사이로 느껴지는 돼지 지방이 고소하기도 하면서 맛과 향이 강렬해 비빔밥과 완전히 어우러지지 않는다는 느낌도 있습니다. 조금 더 잘게 썰어서 먹어 보고 싶네요.

그동안 육회 비빔밥만으로 배를 채운 기억이 별로 없는데, 육회를 듬뿍 넣어주셔서 맛있게 먹었습니다.

식사가 끝나갈 무렵, 서비스로 육회 사시미를 주셨습니다. 도축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함평의 암소 한우를 빠르게 배송 받아 판매한다고 하시는데, 찰기가 엄청나네요. 이런 퀄리티의 육회 사시미를 그동안 먹은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술 안주로 꼭 다시 먹기로 다짐합니다.
북한산 둘레길 (흰구름길 구간)

부푼 배를 이끌고 북한산 둘레길에 도착했습니다. 서울에도 이런 둘레길이 있었다니, 몰랐습니다. 항상 산만 올랐지 등산로 초입마다 이런 둘레길이 있는지 제대로 살펴보지 못했었나 봅니다. 한창 봄이라 그런지 푸른 나뭇잎들이 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둘레길마다 스탬프도 찍을 수 있고, QR 코드를 통해 모바일 인증도 가능한 것 같습니다. 이런 건 거추장스러워 하는 성격이라 사진만 찍어두고 지나갑니다.

정말 때를 잘 맞춰 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무에 핀 꽃들로 인해 꽃향기가 숲에 가득합니다. 가을에는 느낄 수 없는 봄 내음을 만끽해 봅니다.

서울에 오래 살았으면서 이렇게 잘 관리되고 있는 둘레길이 있다는 걸 이제 알았다는 게 정말 아쉬울 정도입니다. 마치 한옥 마을처럼 포토 포인트도 있고, 전반적으로 길이 쾌적합니다.

야생 화원이라고 팻말이 적힌 곳을 지나갑니다. 군데군데 벤치나 정자가 준비되어 있어 꼭 걷지 않더라도 산에서 쉬어갈 수 있는 공간들이 많이 있습니다. 가까이에 아파트도 있던데, 벌레야 많겠지만 아침저녁으로 산책하기 너무 좋겠네요.


둘레길을 따라 계속 걷다 보니 구름전망대라고 높은 구조물이 보여 올라봅니다. 생각보다 높이가 높아 오르는 계단 사이로 보이는 아래 풍경이 무섭네요.

산에 오르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주듯 구름전망대에서 주변 풍경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인수봉이니 진달래능선이니 항상 등산으로 지나치기만 하던 길을 멀리서 바라보는 것도 좋네요.

백운대에서 본 풍경만큼은 아니지만, 도시가 내려다보이니 잠깐이나마 도시를 벗어났다는 생각에 마음에 편안해집니다.



둘레길을 따라 우이동까지 쭉 다녀올까 생각도 했지만, 어제 먹은 마라탕 후유증으로 화계사 지점에서 산을 내려왔습니다. 주말이다 보니 백운대를 올랐으면 또 열심히 줄을 서서 암벽을 올랐을 텐데, 둘레길은 비교적 한산해서 정말 좋았습니다. 멀지 않은 곳에 이런 힐링 코스가 있다는 걸 알았으니 앞으로는 자주 와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