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드리드 공항에서 숙소까지는 지하철로 이동하기로 했다. 숙소가 솔 광장 근처라면 공항버스도 괜찮겠지만, 스페인 광장에 위치한 숙소까지 가려면 한 번은 갈아타야 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지하철로 선택했다. 마드리드의 지하철은 쾌적했다.

스페인에서의 첫 숙소는 루프탑으로 유명한 리우 호텔이다. 호텔에 도착하고 혹시나 얼리 체크인이 가능할까 살짝 기대했지만, 너무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얼리 체크인은 불가하여 짐만 맡기고 바로 솔 광장으로 이동한다. 인터넷이 되지 않아 지도를 볼 수 없었는데, 일단 사람들이 많이 향하는 곳으로 함께 걸었다. 거리를 구경하면서 약 15분 정도 걸으니 방향이 맞았는지 솔 광장에 도착했다.

유심을 구매하기 위해 솔 광장에 위치한 Orange 매장에 들러 가성비가 좋다는 35GB 용량을 20유로에 구매했다. 키오스크를 통해 직접 구매할 수 있는데, 친절하게도 직원분께서 키오스크 사용을 도와주셨다. 구매 과정에서 여권을 스캔해야 하니 여권은 꼭 지참해서 방문해야 한다.
인터넷이 잘 되는 걸 확인하고 솔 광장을 둘러보려 했지만, 우리가 방문했을 때의 솔 광장은 한창 공사 중이라 정신이 없어 살짝만 둘러보고, 마요르 광장으로 이동한다.
마드리드 – 마요르 광장

솔 광장보다 더 광장스러운 모습의 마요르 광장(Plaza Mayor), 대부분 관광객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여행을 즐기고 있다. 광장 카페에서 잠깐 커피 타임을 가질 법도 했지만, 첫 목적지인 츄러스 가게에 가기 위해 부단히 움직였다.
우리가 스페인에 도착하기 일주일 전까지 최고 기온이 40도를 넘는 수준이었는데, 다행히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최고 기온이 30도 정도로 많이 내려왔다. 습하지 않은 덕분인지 그늘에 있으면 꽤 시원하다.
산 히네스

길을 좀 헤맸다. 스마트폰이 이상한 건지 계속 엉뚱한 방향으로 안내해서 마요르 광장에서 5분이면 도착할 거리를 20분은 돌아온 것 같다. 드디어 도착한 산 히네스(San Gines)에는 이미 야외에서 츄러스를 먹는 사람과 자리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관광객들에게 유명하다 보니 길지는 않지만 대기줄이 있다. 산 히네스는 1894년 처음 문을 열고 120년이 넘도록 계속해서 영업을 하고 있다.


가장 기본 메뉴인 초콜렛과 츄러스 6개 메뉴를 주문했다. 갓 튀긴 츄러스가 이런 맛이구나! 혀를 데일 정도로 뜨거운 초콜렛에 츄러스를 찍어 먹으니 맛 자체는 예상 가능한 맛이지만, 정말 맛있었다. 20시간 가까이 기내식만 먹다 보니 더 자극적이었나 싶기도 하네.


피로 가득한 상태에서 제대로 쉬지도 않고 걷다 보니 수혈이 절실해 스타벅스에 들렀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2잔을 주문하고 생각보다 우리나라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진 않구나 했는데, 알고 보니 큰 사이즈였다. 그렇다면 확실히 저렴한거네.
마드리드 왕궁



조금 더 둘러보다 호텔로 돌아가면 체크인 시간이 되겠구나 싶어 마드리드 왕궁(Palacio Real de Madrid)을 먼저 들렀다. 좌우로 길게 뻗은 왕궁의 모습과 왕궁 앞 넓은 광장을 보니 마음에 여유가 다시 생기는 기분이다. 왕궁은 유료로 내부 탐방도 가능하지만, 내부가 궁금하지는 않아 천천히 둘러본 후 맞은 편 성당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알무데나 대성당


무슨 행사가 있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성당 옆 길로 매력적인 모습의 올드 카들이 지나간다. 알무데나 대성당(Catedral de Santa María la Real de la Almudena)은 대성당답게 규모가 왕궁에 비해 절대 뒤처지지 않는다. 종교는 없지만 유럽의 이런 대성당들을 볼 때마다 항상 알 수 없는 벅차오름이 느껴진다. 엄청난 규모에 압도당해서 그런가.
성당 앞에는 사진 찍는 관광객들이 많이 보였는데, 마드리드 시내로 들어와 처음으로 한국인을 발견했다. 최근 유럽으로의 여행객이 늘고 있다고 들었는데, 이상하게도 한국인이 많이 보이지 않아 신기했다. 우리도 사진을 찍으며 즐기다 체크인 시간에 맞춰 호텔로 이동한다.
리우 플라자 에스파냐 호텔


리우 호텔(Hotel RIU Plaza Espana)은 마드리드에서 루프탑으로 유명한 호텔이다. 유럽 도시의 특성상 높은 건물들이 많지 않은데, 리우 호텔의 건물은 층수가 높아 루프탑에서 바라보는 뷰가 인상적이라고 한다.
다만 문제가 있었다. 호텔에 당일 단체 고객을 초청한 행사가 있었는지, 루프탑과 수영장 등 주요 시설에 대해 시간제한이 있다고 체크인 때 전달받았다. 그것도 시간이 타이트해서 오후 일정을 다녀오면 사실상 모두 이용할 수 없다는 거다.
진짜 행사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사전에 아무런 공지도 없었던 것과 아무 대안 없이 안된다고만 하는 태도는 아, 호텔이 아니라 모텔만도 못한 수준이었다고 평가하고 싶다. 교통도 좋지 않고 두 번은 가지 않을 모텔이다.



호텔에서 충분히 쉬기에 시간이 여유롭진 않았다. 잠시 누워 쉬다가 미리 예약한 프라도 미술관 투어를 위해 우버를 불렀다. 처음 이용한 우버였는데, 팁도 어플로 줄 수 있고 꽤 편리했다. 프라도 미술관은 외관을 공사 중인 것 같았고, 우리는 시간이 조금 늦어 만남의 장소였던 고야 동상을 찾아 헤맸다.


티켓 예매는 인터넷으로 미리할 수 있고, 가이드분께 현금을 드리면 직접 구매해주신다. 괜히 잘못 예매할까 싶어 가이드분을 통해 티켓을 구매했다. 미술관 투어는 세 시간 진행으로 살짝 길긴 했지만, 인터넷 후기에 2시간은 짧아 아쉬웠다는 후기를 보고 선택했다. 팀은 우리를 포함해 두 팀이라 다행히 투어에 집중할 수 있었다.
오래 전 루브르박물관에 방문했을 때 투어 없이 구경만 하다 왔던 기억 덕분에 이번엔 투어를 신청했는데, 미술에 대한 지식이 많지 않다면 꼭 투어를 신청하라고 권하고 싶다. 같은 작품을 보더라도 배경 지식을 알고 보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차이가 정말 크다.

프라도 미술관은 실내에서 대부분 사진 촬영이 불가했고, 위 사진 속 장소에서만 사진 촬영이 가능해 기념 사진을 찍고 나왔다. 아무래도 미술쪽으론 지식이 많이 없기에 그나마 알고 있던 벨라스케스의 시녀들 정도가 기억에 크게 남았고, 덕분에 기념품샵에서 마그넷도 하나 샀다.


오후 세 시 즈음 투어를 시작해서 여섯 시에 나왔는데도 미술관에 들어가려는 사람들이 줄을 길게 서있다. 조금 늦은 시간에는 무료로 입장이 가능하다던데, 그래서 그런가?

스페인 기준에서 여섯 시는 아직 저녁 시간이 아니지만, 마드리드에 와서 먹은거라고는 츄러스 밖에 없기에 바로 저녁을 먹으러 이동한다.
Taberna El Sur 레스토랑

스페인에서의 첫 식사는 블로그를 탐방하다 발견한 Taberna El Sur로 찾아왔다. 조그만한 가게인데다 아직 시간이 이른데도 불구하고 실내는 거의 만석이었다.




더운 날씨에 미술관에서 길을 헤매며 걸어오다 보니 갈증이 생겨 주문한 맥주 한 잔과, 스페인에서의 첫 상그리아를 주문했다. 상그리아는 왜 이렇게 예쁘게 담아 주는지, 인스타 감성이 절로 생긴다.


가장 스페인다운 음식을 먹고 싶어 올리브유의 나라답게 감바스와 해산물 빠에야를 주문했다. 감바스와 함께 나온 빵은 정말 갓 구워진 빵이라 엄청 뜨거웠는데, 바로 옆에서 직원분이 뜨겁다고 소리를 지르며 썰어주시는데, 너무 웃기고 또 친절하셨다.
스페인 음식 하면 항상 짜다는 의견이 많았는데, 이 레스토랑은 따로 말씀드리지 않았음에도 간이 적절했다. 기내식만 먹다 제대로 된 음식을 먹어서 그런지, 허기가 져서 그런지 순식간에 해치워버릴 정도로 맛있게 먹었다. 이때가 처음으로 스페인에서의 행복이 최대치에 도달한 순간이었다.
산 미겔 시장

소화도 할 겸 천천히 호텔까지 걸어가다 산 미겔 시장(Mercado de San Miguel)을 들렀다. 호텔에서 가볍게 맥주 마실 때 곁들일 안주도 필요했고, 오전에도 한 번 근처를 지났는데 시장이 너무 세련돼서 가보고 싶었다.




스페인에서 먹어야 할 음식이 참 많다. 바로 썰어준 하몽을 먹고 싶었지만, 호텔에 들고 갈 거라 미리 포장해놓은 하몽을 집었다. 스페인에서 먹는 이베리코, 그중에서도 베요타 등급의 하몽이라 기대가 한껏 올라간다. 근데 가격이 20유로가 넘는 아주 값비싼 하몽이다.



두 명이서 먹기에 부족하지 않은 양이라 오히려 맥주를 더 사 오지 못했던 게 아쉬웠다. 하몽은 정말 맛있었다. 여행 어드밴티지인가, 먹는 것마다 취향에 맞다. 다만 맥주 없이 하몽만 먹기엔 확실히 짜다.

텅 빈 스페인 광장을 보며 맥주를 마시다 첫 날을 마무리한다. 20시간 가까운 비행과 도착하자마자 시작된 마드리드에서의 첫 일정으로 피로가 많이 누적된 상태였다. 다음 여행은 좀 더 여유롭게 일정을 준비하겠다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