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근처 개천에서 러닝을 시작했다. 러닝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체중 감량의 목적도 있지만, 일을 할 때마다 체력이 달리는 게 느껴지기 때문이었다. 일에 대한 열정이 그래도 아직은 충분한데, 막상 일을 시작하면 제대로 끝내기가 어렵다. ‘쉬었다 해야지’, ‘내일 해야지’ 갖은 핑계를 대며 미루고 또 미룬다. 그러다 보니 어렴풋이 체력이 좋지 않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었다. 예전에 본 드라마 미생 중 아직까지 기억에 남는 장면(문구)이 있다.
체력이 약하면 빨리 편안함을 찾게 되고 그러면 인내심이 떨어지고
드라마 <미생> 중
그리고 그 피로감을 견디지 못하면 승부 따위는 상관없는 지경에 이르지.
이기고 싶다면 네 고민을 충분히 견뎌줄 몸을 먼저 만들어, 정신력은 체력의 보호 없이는 구호밖에 안돼.
당시에도 직장인이었고 마찬가지로 체력도 부족했기에 인상 깊었던 장면이었지만, 지금과 달리 운동을 택하진 않았다. 그랬기에 여전히 이 모양으로 다시 운동 결심을 하고 있다. 러닝을 위한 장비 한 무더기를 새로 구매하고 개천에서 처음 설렘을 갖고 뛰었던 날, 무리했다. 보통 잘 뛰는 사람들이 1km를 4분에서 5분 사이에 뛰는 걸로 알고 있는데, 아무런 지식 없이 달리다 보니 첫 1km를 5분이 조금 안 되는 페이스로 무리했다. 후유증으로 얻은 근육통을 겪고, 두 번째 러닝에서는 페이스를 낮추니 확실히 전보다 더 오랫동안 편하게 뛸 수 있었다.
체중이 불어난 탓인지 운동 전후로 충분히 스트레칭을 했음에도 무릎 통증이 생겼다. 당분간 체중이 어느 정도 감량될 때까지는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뛰어야겠다. 일을 하든 취미 생활을 하든 체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격하게 체감하는 요즘, 지금이라도 깨닫고 나가게 돼서 다행이다.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배우 유해진 씨가 30년간 러닝을 해왔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배우고 싶은 습관이다. 지금은 한 번 나갈 때도 크게 마음을 먹어야 하지만, 언젠간 내게도 습관처럼 무의식적으로 뛸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