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수분 카레

주말을 맞아 생애 처음으로 무수분 카레에 도전했습니다. 지난 번 스타우브 꼬꼬떼 냄비를 샀던 이유가 바로 무수분 요리 때문이죠. 수육을 할까 고민도 했었는데, 아무래도 카레가 실패 확률이 적을 것 같아 카레에 먼저 도전했습니다.
먼저 껍질을 벗긴 토마토를 냄비 가장 아래에 깔고난 후, 그 위로 양파, 당근, 감자, 고기를 순서대로 올려줍니다. 수분이 가득한 재료들과 함께 무수분 요리에 전분이 많으면 좋지 않다고 해서 감자는 작은 감자 하나만 조각내어 넣었습니다.
뚜껑을 덮고 약불 상태에서 물이 나오길 천천히 기다립니다. 5분에서 10분 정도 지났을까 냄비 속에서 작게나마 보글거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탄 내가 나지 않아 얼마나 다행인지. 30분 정도 지났을 때는 확연하게 물 끓는 소리가 들립니다. 한가득 기대되는 마음으로 뚜껑을 열어 봅니다.

야채는 이미 푹 익은 상태였고, 물도 냄비의 1/3 정도 생겼습니다. 물 한 방울 넣지 않았는데, 야채에 수분이 이렇게 많구나 라는 걸 새삼 깨닫습니다. 국물을 살짝 맛 보니 따로 간을 하지 않았음에도 확실히 맛이 풍부합니다. 다만 토마토를 2개나 넣은 탓인지 신 맛이 강하게 느껴집니다. 신 맛은 따로 잡아야겠네요.
고기도 익은 것 같아 더 기다리지 않고 고체형 카레를 투하합니다. 10분 정도 더 끓이며 잘 저어주니 카레가 완성됐습니다. 깜빡하고 완성된 사진은 찍지 못했네요. 카레를 먹어봅니다. 맛있습니다. 맛이 풍부합니다. 다만 여전히 신 맛이 강합니다. 그리고 신 맛을 잡기 위해 넣었던 설탕으로 인해 단 맛도 강합니다. 신 맛은 설탕으로 잡으라고 들었던 것 같은데, 두 가지 맛이 공존하며 강렬하게 존재감을 어필합니다. 왜 이렇게 됐을까요? 요리의 길은 멀고 험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