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라호텔 아리아께, 임신부 런치 오마카세

서울신라호텔의 아리아께를 찾았다. 와이프가 평소 스시를 좋아하는데, 임신하고 나서는 해산물을 일절 끊었다. 이제 막달이기도 하고 재료가 신선하기로 유명한 신라호텔의 아리아께라면 괜찮겠다 싶어 예약했다.
방문 2~3주 전에 예약했는데, 평일이라도 런치 선택이 가능한 날이 많지 않은 걸 보면 꾸준히 인기가 많은 듯싶다.
생각해 보니 신라호텔 방문은 처음이다. 주변을 오가며 보기는 정말 많이 봤는데, 명성만큼이나 첫인상이 좋다. 카드 혜택을 통해 편히 발렛을 맡기고 호텔을 둘러본다.
아리아께 (Ariake)
2층으로 올라오니 아리아께 입구가 바로 보인다. 첫 타임으로 예약한데다 조금 일찍 도착했다 보니 아직 매장이 오픈하지는 않았다. 잠시 후 예약 시간이 가까워지자 직원의 안내를 받고 안으로 들어간다.
깔끔한 내부, 의자는 편하고 셰프와의 거리도 가까워 재료를 준비하거나 스시 쥐는 모습을 구경하기 좋다. 기본으로 뜨거운 녹차를 내어주시는데, 녹차의 카페인 때문에 임신부인 와이프에게는 녹차가 아닌 물을 준비해 주셨다. 물을 좀 마시다 다시 말씀드려 와이프도 녹차로 변경했다.
찐 전복이 첫 음식으로 나왔다. 소금에 한 점 찍어 먹고, 게우 소스와 와사비를 곁들여 먹어본다. 두 가지 모두 맛있지만 굳이 하나를 선택하자면 소금이 감칠맛 때문에 더 좋았다.
전복에 이어 스시로는 광어가 먼저 나왔는데, 첫 스시라 흥분한 나머지 사진을 남기지 못했다. 이어서 나온 참돔, 당연히 맛있었다.
단새우 위에 볶은 새우 살을 토핑처럼 올렸다. 새우의 단맛 밖에 느끼지는 못했지만, 그것만으로도 감격스럽다. 머리 튀김도 억센 부분 없이 입안에서 쉽게 바스러진다.
오징어 특유의 찰진 식감이 기억에 남는다. 탄력과 함께 느껴지는 부드러움이 마지막 밥알을 씹을 때까지 따라오다 함께 사라진다.
오도로는 언제나 옳다. 기름이 많아 와사비를 더해도 과하지 않았다. 몇 번 씹지 않았는데 금세 사라진다. 아무래도 참치가 수은 함량이 많은 어종이다 보니 임신부인 와이프에게 드실 수 있는지를 미리 물어봐 주신다.
목판에 담긴 우니를 볼 때부터 두근거리기 시작한다. 복불복이 있다고 하지만, 이날은 복이었다. 바다향과 함께 느껴지는 단맛을 맛보니, 내게 3대 진미는 트러플이 아닌 우니가 더 우세하다.
오도로에 못지않게 입안에서 녹아 없어지는 아까미, 하얀 플레이트와 대비되는 적색의 모습도 아름답다.
마치 항정살을 먹는 듯한 아삭한 식감이 신기했던 왕우럭조개, 숯불에 바로 구워서 내주신다.
맥주 한 잔이 생각났던 보리멸 튀김, 살이 굉장히 부드럽고 담백했다.
참치 뱃살의 겉면을 구워 간 무와 와사비, 파가 함께 나온다. 마치 소고기를 먹는 듯한 느낌, 같은 뱃살로도 이렇게 다른 맛을 낼 수 있다는 게 신기하다.
대게살과 우니, 단새우를 잘 비벼 숯불에 바로 구운 김과 함께 먹는다. 좋아하는 것들이 섞이니 맛이 없을 수가 없네.
다시 돌아온 스시, 전갱이도 좋았다.
훈연된 갈치, 갈치를 스시로 먹은 적이 있었던가? 나는 좋았지만, 와이프는 향이 조금 강했다고 한다. 입덧이 돌아온 때라 평소보다 향이 더 강하게 느껴지는 듯싶다.
가능하면 한입에 먹는 게 좋다는 마끼, 와사비를 그대로 얹어 입안 가득히 맛을 느껴본다.
눈앞에서 무를 엄청 얇게 써시더니 매실을 넣어 디저트를 만들어 주신다. 소화에 도움이 되는 재료들을 넣어 부담이 없고 입안이 정리되는 느낌이다.
마지막 아이스크림으로 나는 깨 아이스크림을, 와이프는 녹차 아이스크림을 선택했다. 녹차에는 팥을 함께 넣어주신다. 고소함과 달달함의 차이일 뿐 모두 맛있다.
모든 코스를 즐기고 나니 어느덧 2시간이 흘렀다. 생각보다 길었던 시간에 조금 놀랐다.
아리아께를 나오는 길에 만난 팔선, 여기도 경험하고 싶은 곳이라 다음에 신라호텔에 다시 오게 되면 그때는 팔선을 찾지 않을까 싶다.
맛있는 음식에 와이프와 함께 더할나위 없는 행복을 느끼고 호텔을 나선다. 출산하고나면 당분간은 다시 오긴 어렵겠지? 아리아께를 미리 즐긴 것만으로도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