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봄날의 휘게포레스트
조만간 완연한 여름이 다가올 듯싶어 더 늦기 전에 휘게포레스트로 캠핑을 다녀왔다. 햇빛이 점점 강해질수록 다른 곳 보다 휘게의 우거진 숲이 먼저 생각난다.
휘게는 체크인이 2시이기 때문에 근처에서 점심을 먹고 가면 시간이 적당히 맞는다. 지난번과 동일하게 이번에도 송어회를 찾으러 남우수산송어회에 들렀다.
각종 야채에 초장, 참기름, 콩가루 등을 섞어 송어회랑 같이 먹으니 절로 술이 당기지만, 마지막 인내를 발휘해 참아본다. 가격은 다소 있지만 둘이 먹기에 배부를 정도로 양은 충분하다.
식후 커피를 위해 근처 카페를 찾았다. 산 속에서 볼 수 있는 여느 카페와 비슷한 모습이지만, 직접 로스팅을 한다고 하여 이곳 커피볶는계방산장으로 방문했다. 네이버 평점도 높은 편이다.
로스팅 카페답게 원두 종류가 다양하다. 당장 마실 커피와 함께 내일 아침에 내려 마실 드립백도 몇 개 담아본다.
휘게포레스트
휘게 도착, 리조트에 온 것처럼 여전히 깔끔한 모습이다. 하늘도 청명하고, 미세먼지도 없어 날을 잘 골라왔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에 이용하는 사이트는 노키즈존에 해당하는 B 구역이다. 지난번에 왔을 때는 A 구역이 노키즈존이었는데, 그 사이에 구역이 서로 바뀌었다. 덕분에 새로운 구역을 탐방하게 돼서 좋다.
후다닥 텐트 설치를 마무리하고 오랜만의 휘게를 구경하면서 다른 사이트들의 텐트를 눈여겨본다. 텐트 욕심은 정말 끝이 없다.
올 때마다 놀라운 덕희상회, 가격이 조금 비싼 편이긴 하지만 없는 게 없다. 우선 가볍게 아이쇼핑만 하고 건물을 나선다.
캠핑장의 개수대 공간이 이렇게 세련될 수 있나 싶다. 휘게 만큼 또는 휘게 보다 더 많은 비용을 받는 캠핑장들은 있지만, 휘게 만큼 깔끔하고 관리가 잘 되는 캠핑장은 아직 보지 못한 것 같다.
날도 좋겠다, 지난번에는 오지 못했던 산책로를 천천히 걸어본다. 산책로는 길지 않지만 계곡의 물소리를 들으며 걸으니 그것만으로도 힐링이 된다.
좋아하는 꽃, 데이지도 휘게 곳곳에 활짝 피어있다.
잔디존에는 그새 아이들이 뛰어놀기 시작한다. 아이들이 놀며 지르는 소리조차 평화로운 오후의 순간이다.
돌아오는 길에 덕희상회에 들러 가볍게 맥주와 안줏거리를 사 왔다. 참았던 음주를 시작해 볼까. 맥주 한 캔을 클리어하고 저녁 시간까지 텐트에서 낮잠을 취한다.
오늘 저녁은 큰맘 먹고 설로인에서 주문한 샤토브리앙, 꽃등심, 살치살이다. 미리 준비한 숯불에 구우니 시각, 청각, 미각 모두가 풍요롭다.
2차로 가져온 어묵탕까지 끓여먹으니 배가 가득 찬다. 늦봄인데도 산속이라 그런지 저녁이 되니 쌀쌀해지기 시작한다.
캠핑하면 빼놓을 수 없는 불멍, 덕희상회에서 사 온 장작 한 박스를 모두 태우며 남은 밤을 즐긴 후 집에 두고 온 전기장판을 그리워하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오늘도 날씨는 맑음, 아침잠 없는 아이들이 일찌감치 잔디에 나와 뛰어놀고 있다. 잠도 깰 겸 우리도 가볍게 휘게를 둘러본다.
오늘 아침은 에그 인 헬, 있는 재료만으로 대충 만들었지만 바게트랑 같이 먹으니 조식으로 더할 나위 없다. 식기를 정리하고 의자에 앉아 다시 멍하게 있어 본다. 뭔가를 억지로 하지 않아도 마음이 풍족해지는 게 캠핑의 매력인 듯싶다.
어제 사 온 드립백으로 커피를 내려 마신 후 천천히 텐트를 정리한다. 더 길게 있지 못해 아쉬운 마음만 가득한 상태로 다시 집으로 향한다. 치열한 예약 전쟁만 아니라면 더 자주 올 텐데, 어떻게든 이번 가을에 다시 한번 휘게포레스트를 찾길 바라며 봄날의 캠핑을 마무리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