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핸드메이드 우산 폭스엄브렐라, TEL1 다크그린
폭스엄브렐라 우산을 하나 구매했다. 그동안 도플러 우산을 잘 사용하고 있었는데, 지하철에 깜빡 두고 내리면서 새 우산이 필요해졌다. 도플러 우산을 다시 구매할까 고민했지만, 중국에서 만드는 우산을 이 가격에 사는 게 이제는 망설여지더라.
폭스엄브렐라 (Fox Umbrellas)
폭스엄브렐라는 1868년 빅토리아 여왕 시대에 토마스 폭스가 런던 시티의 포어 스트리트에 우산 가게를 열면서 시작된 브랜드다. 1880년대에 고래뼈 대신 강철 프레임을 쓰기 시작한 이후로 제작 방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지금도 크로이던 셜리에 있는 공장에서 한 자루씩 손으로 만들어진다. 150년 넘게 같은 자리에서 같은 방식으로 우산만 만들어 온 곳이다.
이런 헤리티지를 가진 브랜드인 만큼 킹스맨처럼 장우산 구매도 고려했지만, 휴대성이 좋지 않고, 분실의 위험도 높아 접이식으로 선회했다. 물론 장우산은 가격도 만만치 않다.
TEL1 Dark Green

TEL은 Telescopic의 줄임말로 접이식 우산 라인을 뜻하고, 뒤의 숫자는 손잡이 종류를 구분한다. 내가 구매한 폭스엄브렐라 TEL1은 메이플 원목을 깎은 크룩, 그러니까 굽은 손잡이 모델이다. 손잡이는 굽은 모양과 직선 모양으로 나뉘고, 소재도 메이플 원목부터 대나무, 등나무 줄기인 말라카까지 여러 종류가 있다.
대나무 손잡이는 마디가 있어 더 앤틱한 느낌이지만, 속이 비어 내구성도 염려되고 자칫 올드해 보일 수도 있어 무난한 메이플로 선택했다. 제품을 수령하니 매끈하면서도 단단한 느낌이 마음에 든다. 그리고 묵직하다. 그동안 가벼운 우산만 쓰다 보니, 안 그래도 무거운 가방이 더 무거워질 것 같아 걱정이다.
실사용 후기

감성적이라는 건 사실 불편하다는 것이다. 총평부터 말하자면 불편한 우산이 맞다. 그럴듯하게 포장하려는 게 아니라, 불편한 건 그냥 불편하다.
- 3단이 아닌 2단 접이식이라 접어도 길이가 길다. 백팩에 겨우 들어간다.
- 자동이 아니다. 우산을 펴고 접는 것 모두 내가 직접 해야 한다.
- 우산을 접은 상태에서 벨크로까지 닫지 않으면 우산살이 벌어져 자꾸 펴지려고 한다.
- 그리고 무겁다.
구매할 때부터 어느 정도 불편은 예상했지만, 막상 써 보니 그냥 도플러를 살 걸 그랬나 싶은 후회도 든다.

그래도 정감이 간다. 묵직한 원목 손잡이는 잡을 때마다 기분이 좋고, 직접 펴고 접는 동작도 아날로그 감성이 있어 오히려 내 행동을 한 번 더 의식하게 된다.
이왕 큰맘 먹고 구매했으니 이번엔 잃어버리지 않고 오래도록 잘 사용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