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 하리 – 도둑맞은 집중력

주위에서 재밌다는 후기를 듣고 구매한 도둑맞은 집중력(Stolen Focus), 책을 읽기 시작할 때만 해도 완독까지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릴 줄 몰랐다. 책 초반부에서는 내용에 몰입을 시작하며 페이지가 술술 넘어갔지만, 각 장마다 비슷한 형태의 전개가 이어지다 보니 후반부를 읽을 때는 집중력을 도둑맞은 것 같았다. 400페이지가 넘는 책의 두께도 한몫 거들었겠지.
책은 최근 집중력이 저하된 것을 깨달은 저자 요한 하리가 그 원인을 직접 체험하고 탐구하기 위해 미국의 작은 해안 마을인 프로빈스타운으로 떠나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이메일과 SNS 등 집중을 방해하는 요소들을 모두 단절한 채 마을에서 지내는데, 그 과정에서 느끼고 깨달은 것들을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인터뷰하며 원인과 해결책을 찾고자 한다.
요한 하리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요한 하리는 현대 사회의 집중력 저하, 중독, 우울증 같은 정신 건강 문제를 깊이 있게 탐구하는 영국 출신 논픽션 작가이자 저널리스트다. 대표작으로는 《도둑맞은 집중력》, 《우울증의 진실》, 《추적자들》이 있으며, 철저한 취재와 개인 경험을 바탕으로 사회 구조적인 문제를 조명하는 글쓰기로 주목받고 있다.
도둑맞은 집중력
책은 첫 번째 장에서부터 내게 큰 깨달음을 주었다. 멀티태스킹에 대한 내용이었는데, 우리는 너무 많은 정보들로 인해 집중력을 뺏기고 있다는 것이다. 그 순간 나는 내가 모든 정보를 다 알 수 없는데, 그 무엇도 놓치지 않으려고 했구나 싶었다. 주식과 부동산 뉴스부터 회사의 메신저 내용까지 항상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수없이 울리는 알람들로 인해 정작 중요한 일에는 집중을 하지 못했다. 정보에서 뒤처지면 내 경쟁력 또한 뒤처진다고 생각했을까?
깨달음을 얻은 이후 정말 중요한 알람을 제외하고는 스마트폰의 모든 알람을 껐다. 알람을 끄는 동안 그동안의 나는 정말 지나치게 많은 정보를 받고 있고 있었구나를 깨달았다. 스마트폰으로 수시로 실시간 뉴스를 살피는 습관도 아침에 한 번 종이 신문을 읽는 것으로 대체했다. 항상 시간을 쪼개가며 알차게 써야 한다는 생각이 잘못된 습관으로 이어지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은 것만으로도 이 책은 내게 이미 큰 의미를 주었다.
이어서 나오는 수면과 딴생각의 중요성, 식단과 환경 그리고 글로벌 IT 기업 제재의 필요성 등 대부분 공감 가능한 이야기들이지만 당장의 내게 직접적인 내용이 아닌 탓인지 이전만큼의 큰 임팩트는 없었다. 오히려 마지막 장인 ‘신체적으로 심리적으로 감금된 아이들’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됐는데, 내가 성장한 방식처럼 나도 내 아이를 자유롭게 놀 수 있도록 놓아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과거에 비해 분명 안전한 세상이지만, 뉴스에서 접하는 여러 안타까운 일들을 보고 걱정만 늘어난 나는 과연 어떤 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 지금 당장은 잘 모르겠다.
책은 우리가 이미 알고는 있지만 애써 모른척하던 사실들과 생각해 보지 못했던 시각까지 다양한 면에서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사회인들에게 적지 않은 충격을 안겨다 준다. 계속해서 모른척하며 살 것인지 문제를 깨닫고 스스로를 발전시킬 것인지는 개인의 선택에 달렸지만, 이런 고민을 해볼 수 있게 만들어준다는 점에서 꼭 한 번 읽어보는 것을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