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밀 끝판왕, 코만단테 C40 MK4 영입 후기

핸드밀 끝판왕으로 불리는 코만단테는 핸드드립에 입문하던 꽤 오랜 옛날부터 알고 있던 제품이었다. 처음 구매한 핸드밀은 나무 감성이 가득한 칼리타 핸드밀이었는데, 사용할 때마다 느껴지는 유격에 이게 맞나 싶어 타임모어 C2 핸드밀을 구매했다.
그 시점부터 코만단테의 존재는 알고 있었지만, 커피 내공이 부족한 내게 돼지 목의 진주 목걸이가 될 듯싶어 애써 외면했는데, 얼마 전부터 다시 코만단테의 존재가 머리에 들어와 나가질 않았다. 이대로라면 언젠가는 구매하겠구나 싶어 어차피 구매한다면 빨리 구매해서 더 오래 쓰는 게 이득이라는 자기 합리화로 제품을 구매했다.
최근 1Zpresso의 KUltra, ZP6 등 어떤 면에서는 이보다 더 나은 평을 받는 핸드밀도 있어 잠시 고민했지만, 수년간 마음 속에 품고 있던 코만단테를 이길 정도의 특별함은 없는 것 같았다.
코만단테 (COMANDANTE) C40 MK4
생각보다 부피가 큰 박스가 주문 다음 날 집으로 도착했고, 개봉하자마자 “GOOD CHOICE!” 문구가 내 선택을 응원해 준다.
구성은 두 개의 빈 그라스(유리와 플라스틱)와 본체, 손잡이로 단출하다. 패드는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감이 안 잡히지만, 동봉된 스티커는 마음에 들어 바로 맥북에 부착했다.
본체는 생각보다 묵직하다. 들고 있기 무거울 정도의 묵직함은 아니지만 독일 금속공학의 신뢰가 느껴지는 적당한 무게로 확실히 타임모어 C2에 비해서는 무게 차이가 꽤 느껴진다.
그 유명한 코니컬 버(Conical Burr), 빨리 커피를 내리고 싶다는 충동이 생긴다.
두 종류의 빈 그라스, 개인적으로 투명한 플라스틱보다 어두운 유리병이 마음에 든다. 플라스틱은 사용하지 않을 것 같아 다시 박스에 고이 넣어두었다.
고민 끝에 구매한 코만단테, 통장은 가벼워졌지만 후회되지는 않는다.
초기 불량은 아닌지 버를 분리해 자세히 살펴본다. 수작업으로 커팅된 날이라는데, 그런 탓인지 얼룩이나 미세한 흠집은 보이지만 크게 문제 될 정도는 아니라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그동안 모든 커피는 발뮤다 더 브루로 내리고 있었지만, 제대로 된 맛을 느껴보기 위해 부엌 한곳에 보관하고 있던 핸드드립 도구들을 주섬주섬 꺼냈다. 코만단테는 특히 약배전의 산미 있는 원두에 적합하다고 하여 원두도 새로 구매했다.
이번 영입으로 타임모어 C2와 발뮤다 더 브루로 간편하게 내릴 때에 비해 앞으로는 더욱 손이 많이 가게 생겼지만, 그 과정마저 즐겁게 느껴지는 걸 보니 커피에 대한 마음은 아직 식지 않았나 보다. 코만단테를 사면 분명 지름은 끝이라고 생각했는데, 펠로우 드립포트, 아카이어 저울 등 비싼 녀석들이 연이어 생각나는 걸 보니 조금은 두려운 마음이 생긴다. 잘 참아야 할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