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과 낭만사이, 베토벤 & 라흐마니노프
고전과 낭만사이, 클래식 공연을 보러 롯데월드몰에 왔다. 불금에 술자리가 아닌 클래식 공연에 오게 되다니, 나도 많이 바뀌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공연은 베토벤보다는 라흐마니노프의 곡을 듣기 위한 목적이 크다. 근래 라흐마니노프에 빠진 와이프 덕분에 내게도 낯설기만 한 작곡가는 아니다. 물론 잘 아는 것도 아니지만.
금요일 저녁 시간 공연이라 사람이 꽤 많다. 롯데월드몰은 자주 오지만, 롯데콘서트홀에 오는 것은 처음이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8층에서 내리니 야외 테라스를 거쳐 홀로 들어갈 수 있는데, 석촌호수를 보며 걷는 길이 제법 운치 있게 느껴진다.
클래식에 무지한 나를 위해 3천 원을 지불하고 팜플렛을 하나 구매했다. 곡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고, 오케스트라 자리 배치도 나와 있어 참고하기 좋다.
익숙했던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제 2번을 제외하고 아직 내게 낯선 곡들이었지만, 그럼에도 좋았다. 클래식 공연은 관람 회차가 많아지면서 조금씩 더 알아가는 것 같다. 첫 관람 때는 휘몰아치다 순식간에 끝났다는 느낌이었는데, (사실 아직도 잘 모르지만)지금은 악기들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지 감상해보려고 한다.
중간중간 피아니스트가 독주하는 절정의 순간들과 다 같이 몰아치는 피날레에서는 나도 모르게 숨을 참고 음률에 압도되기도 한다. 두 시간이 조금 넘는 공연이 끝나는 순간, 마치 영화 한 편을 보고 나온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신기하면서도 클래식을 더 이해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다. 다음에는 조금 더 미리 많이 듣고, 공부하고 와야지.
적당히 선선한 날씨와 미세 먼지도 적은 오늘, 테라스에서 야경을 잠깐 즐기다 집으로 돌아간다. 공연 하나 관람했을 뿐인데도 풍족한 하루를 보낸 느낌이 들어 좋았던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