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머그 컵을 구매하는 이유
나는 프랜차이즈 카페 중 블루보틀을 가장 좋아한다. 특별한 이유가 있다기보다는 라떼가 맛있어서. 스타벅스, 폴바셋 등 다른 프랜차이즈도 있지만, 블루보틀 라떼가 내겐 가장 좋다. 블루보틀은 매장 수가 많지 않아 접근성이 좋은 편은 아니지만, 주요 동선에 매장이 하나 있어 주에 한 번은 들르는 편이다.
평소처럼 대기 줄에서 굿즈를 구경하는데, 연말이라고 머그 컵이 새로 출시됐나 보다. 전시 제품을 구경하는데 이 날 따라 유독 지름신이 들어 컵 하나를 커피(당연히 라떼)와 함께 구매했다. 처음 구매한 컵은 스톤 머그(사진 좌측)였고, 함께 고민했던 킨토 세라믹 머그(사진 우측)는 그 다음 주에 구매했다.
직장인에게 커피는 수액이자 생명수다. 하루를 시작하게 해주고, 나른한 오후 시간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을 준다. 이걸 중독이라고 표현해야 할지 고민되지만 어쨌든 필요해서 마신다는 점에서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분들이 분명 있다고 믿는다. 나는 요즘도 회사 앞 개인 카페나 스타벅스에서 구매한 커피를 별생각 없이 마시고 있다.
마치 물처럼 필요해서 마시는 커피와 달리 블루보틀 커피는 내가 좋아해서 마시는 커피다. 몸속에 급하게 채워 넣는 용도가 아니라 원두가 무엇이며 라떼 아트는 어떤 모양인지 그리고 거품은 얼마나 쫀득한지 잠깐 커피를 마시면서도 많은 것들을 살핀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는 만족과 평온을 얻고 그 순간을 즐긴다. 분명 객관적으로 큰 차이가 없는 커피임에도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인지에 따라 내게 주는 가치의 차이가 크다.
그게 바로 머그 컵을 사고, 다음 주에 컵 하나를 추가로 구매한 이유다. 처음 구매한 컵은 집에 가져가는 순간부터 설렘이 시작됐다. 내일 일할 때 저 컵에 우아하게 커피를 내려 마셔야겠다는 다짐을 했고, 실제로 다음 날 컵을 세척하고 커피를 내려 마시는 그 순간, 나는 분명히 커피를 즐기고 있었다. 블루보틀 원두, 라떼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단지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의 컵으로 커피를 마시는 것만으로도 내가 직접 매장에서 주문한 커피를 마실 때와 같은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 신기했고, 그 시간이 소중하게 여겨졌다. 그렇다고 매일 같은 컵으로만 커피를 마실 수는 없으니 고민하던 다른 컵을 하나 더 데려오게 된 것이다. 그동안 머그 컵을 모으는 사람들을 보며 저 비싼 컵을 왜 저렇게 구매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는데, 이제서야 그 마음을 이해하게 되었다.
1 comment
라는 마음으로 컵 2잔에 66,000원을 투자한 스스로를 합리화해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