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니엘 서울 호텔, 아멕스 FHR을 곁들인
기념일을 맞아 시그니엘 서울을 찾았다. 롯데월드타워는 레스토랑을 이용하기 위해 고층으로 올라온 경험은 있지만, 호텔에 온 건 처음이다. 아멕스 카드를 발급하고 그동안 사용하지 못했던 FHR 혜택을 처음으로 활용했다.
AMEX FHR
FHR(Fine Hotels & Resorts)은 아멕스의 프리미엄 카드 회원을 위한 고급 혜택 프로그램으로 주요 혜택은 아래와 같다.
- 얼리 체크인(가능 시) : 오후 12시(정오) 체크인
- 객실 업그레이드(가능 시) : 한 단계 높은 객실로 무료 업그레이드
- 레이트 체크아웃(보장) : 오후 4시 체크아웃
- 조식 2인 무료 제공(보장)
- $100 크레딧 제공(보장) : 레스토랑, 룸서비스 등에서 사용 가능한 크레딧 제공
위의 혜택을 모두 누리지는 못했지만, 이번에 다녀오고 나니 정말 매력적인 혜택이라는 생각이 든다.
시그니엘 서울
엘리베이터를 타고 귀에 멍한 느낌이 들기 시작하더니 금세 로비가 있는 79층에 도착했다. 조금 이른 시간에 도착한 덕분인지 로비는 한산했고, 덕분에 조용한 분위기에서 체크인을 마칠 수 있었다.
얼리 체크인은 불가능했지만, 화장실에 전망이 포함된 곳으로 객실을 업그레이드 받았다. 사실 주말이라 큰 기대는 없었는데 딱 원했던 부분이 충족되어 만족스러웠다.
투숙객 라운지
체크인을 하고 나면 투숙객 라운지를 이용할 수 있다. 오후 5시 이전까지는 정말 간단한 주전부리만 비치되어 있으며, 냉장고에 있는 음료나 커피를 내려마실 수 있다.
우리도 입실 전까지 시간이 조금 남아 간식을 가져왔다. 과자는 무난한 편이고, 그중 와사비 프레첼이 제일 괜찮았다.
어느덧 입실 시간이 돼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객실로 올라간다. 객실 키(카드)를 태깅해야 층수를 누를 수 있다. 이 엘리베이터도 역시 상당히 빠른 편.
객실 (프리미어 더블 리버뷰)
객실에 들어오니 아늑한 침대와 함께 서울의 한강과 강북이 한 눈에 보이는 풍경이 우릴 반긴다. 리버뷰를 선택하길 잘했다는 생각, 국내 어느 호텔에도 없는 시그니엘 서울만의 고층 뷰가 정말 시원하다.
와인은 유료, 티(티백)와 커피(캡슐)는 무료다. 생수는 에비앙이 기본으로 제공된다. TV와 함께 야마하 사운드바가 있어 영화를 보기도 좋고, 휴대폰과 연결(블루투스)해서 음악을 듣기도 좋다.
그리고 드라이를 2벌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데, 위의 객실 내의 발렛 박스에 넣어두면 직원이 객실 외부에서 수거하는 비대면 방식이다. 드라이를 맡기지는 않았지만 추가로 요청한 물품을 전달받을 때 유용하게 사용했다.
화장실 (리버뷰)
화장실에서 한강을 내려다볼 수 있다니, 업그레이드 받은 혜택이라 더욱 감격스럽다. 바닥과 벽이 대리석이라 고급스럽지만, 바닥에 물기가 있는 경우 상당히 미끄러워지는 단점도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어메니티는 딥티크로 핸드워시와 바디로션, 샤워젤, 샴푸, 컨디셔너가 제공된다. 딥티크답게 향이 모두 고급스럽다. 다만 매일 사용하기에는 다소 강렬한 향이라 호텔에 있을 때만 사용하기 좋겠다.
한강뷰를 바라보며 반신욕을 할 수 있도록 배스 티와 배스 솔트가 함께 제공된다. 뒤에서 볼 수 있겠지만, 모두 사용했다.
웰컴 드링크를 원하는 때 가져다주시는데, 우린 입실하자마자 바로 요청했다. 차 한 잔과 함께 이 뷰를 질리도록 즐겨야지.
체크인 때 아멕스 혜택이라고 배스밤을 주셨다. 객실 구경을 마치고 푹신한 침대에 누워 잠시 휴식 시간을 가진다. 오전에 롯데월드몰을 돌아다녔더니 꽤 피곤했다.
이브닝 딜라이트
오후 5시부터 투숙객 라운지에서 이브닝 딜라이트가 시작된다. 주류(샴페인, 스파클링 와인)가 추가되고, 다과 종류가 조금 바뀐다.
다과는 마른안주 느낌으로 여전히 먹을 게 별로 없어 여기서 배를 채울 생각을 하면 곤란하다. 사진에는 보이지 않지만 치즈가 추가됐다.
종류별로 한 잔씩 모두 마셔본다. 어느덧 창밖으로 노을이 비치기 시작하고, 야경이 만들어지기 시작한다. 불멍, 물멍에 이어 차멍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대교를 건너는 차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라운지를 나선 후 1층으로 내려와 롯데월드몰을 다시 둘러본다. 잠실에는 서점이 교보문고만 있는 줄 알았더니, 아크앤북이라고 분위기 좋은 서점을 발견했다. 아티제에서 커피를 한 잔 사고, 책들을 둘러본다.
웅장하다는 느낌보다는 선이 참 세련됐다는 생각이 드는 롯데월드타워, 다시 저 위로 올라가 보자.
모든 객실이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객실 내 TV가 스마트 TV가 아니라서 넷플릭스를 보려면 별도의 케이블이 필요하다. 다행히 호텔 측에서 구비된 케이블이 있어 요청하면 대여가 가능하다. 대여할 때 디파짓이 발생하는데, 금액이 8만 원으로 어마어마하니 잃어버리지 않게 주의해야 한다.
롯데월드몰을 둘러보는 사이에 야경이 완성되었다. 한동안 눈을 떼지 못할 만큼 아름다우면서도 이 작은 땅덩어리에서 참 치열하게 살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아직 저녁을 먹지 않았기에 룸서비스를 주문했다. 점심에 파스타를 먹어서 이번엔 한식을 주문했다. 전복죽과 비빔밥, 아멕스 혜택으로 받은 크레딧을 활용하다 보니 룸서비스 가격에 대한 심적 부담이 조금은 내려가는 것 같다.
죽에는 전복이 가득했고, 비빔밥에는 미역국이 함께 나와 든든한 한 끼였다.
욕조에 물을 받고 배스 티와 배스 솔트를 담갔다. 서울 야경을 즐기며 반신욕을 즐기려 했으나, 창문에 김이 서려 밖이 잘 보이지 않는다. 스마트폰으로 시간을 보내며 휴식을 취한다.
다음 날 아침, 전 날보다 가시거리가 더 좋지 않다. 이미 풍경은 즐길 만큼 즐겨서 아쉽진 않다.
조식
조식을 먹기 위해 81층으로 내려왔다. 미쉐린 가이드가 눈에 띈다. 다음에 오게 되면 그때는 룸서비스 말고 레스토랑을 이용해 봐야겠다. 객실 번호를 말씀드리고 자리를 안내받는다.
음식의 가짓수가 많은 편은 아니다. 다만 전날에 과음하는 인원이 많은 걸 예상했는지 황태뭇국을 기본으로 내어주는 게 꽤 마음에 들었다. 스크램블이나 오믈렛 등 필요한 계란 요리도 주문을 받아 내어 주시기 때문에 그것만으로도 이미 속이 꽤 찬다. 전반적으로 베이커리 종류가 다양하고 맛이 괜찮았다.
체크인 때 종이 신문을 안내해 주시길래 한 부 요청했더니 이렇게 객실 문에 걸어주신다. 항상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보다 종이 신문을 읽으니 감회가 새롭다. 확실히 스마트폰보다 더 꼼꼼하게 기사를 읽게 되는 것 같다. 종이 신문을 다시 구독해 볼까.
머신으로 에스프레소를 한 잔 내려놓고 신문을 읽는 허세를 부려본다. 오후 4시 체크아웃이라 시간이 여유로워 다시 침대에 누워 있다 TV도 보고 가져온 책도 읽었다. 보통 체크아웃 당일에는 조식 먹고 퇴실 준비하느라 바쁜데, 이렇게 여유롭다니.
아멕스 FHR 혜택을 비용으로 환산하면 예약 금액의 절반은 돌려받은 것 같다. 이렇게 여유로운 호캉스라면 또 와야지. 2025년의 첫 여행이 만족스러워 기분 좋게 한 해를 시작해 본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