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몰스킨 뱀띠 다이어리
몰스킨에서 출시한 2025년 뱀띠 다이어리를 구매했다. 회사에서 주는 다이어리가 아닌 내가 직접 구매한 다이어리는 수 년 만이다. 블로그에도 다이어리(Diary) 카테고리가 있고, 개인 NAS에 노션도 사용하는 내가 갑자기 이런 아날로그 다이어리는 왜 구매하게 된 걸까? 리뷰 카테고리가 아닌 만큼 잠시 이야기를 풀고 나서 제품을 살펴보고자 한다.
아날로그와 디지털, 어떤 데이터가 더 영구적인가
너무 뻔한 질문인 만큼 데이터의 수명은 당연히 디지털 데이터가 더 영구적이다. 세월이 지나도 풍화가 일어나지 않고 품질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동안 살아오면서 경험한 개인적인 입장에서는 아날로그 데이터의 수명이 더 길었다.
내 대학 시절 사진이 담겨 있던 싸이월드는 한때 해킹을 당했다는 소식에 데이터를 미처 백업할 생각도 하지 못한 채 홧김에 계정을 삭제했다. 마찬가지로 2G 휴대폰에 기록된 사진들 또한 보관했던 폰을 잃어버리면서 함께 사라졌다. 두 가지 경우 모두 전적으로 내 잘못이지만, 너무도 간단하게 데이터의 행방을 찾을 수 없게 되버렸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블로그와 이중화된 NAS, 노션도 천재지변에 의해 데이터가 유실될 가능성은 거의 희박하지만, 내 게으름으로 인해 서비스가 종료되기 전 백업하지 못하거나 정신없는 와중에 실수로 계정이나 데이터를 삭제하는 등 데이터의 수명을 스스로 보장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반면 직접 작성한 다이어리나 인화된 사진은 수 년, 수 십 년이 지나도 우리 집 한 편에 잘 보관되어 있다. 집에 불이 나지 않는 이상은 내가 실수로 태우거나, 파쇄할 일이 없기 때문이다. 다소 세월의 때는 묻더라도 알아보는 데는 지장이 없으며 심지어 한층 더 감성적으로 느껴지기까지 한다.
이런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로 나에 한정해서 데이터의 수명은 디지털보다 아날로그가 더 길다는 판단이 들었다.
블로그에 개인적인 이야기를 어디까지 쓸 수 있을까
블로그는 오픈된 공간이다. 블로그에 작성하는 글은 불특정 다수 누구나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일상을 남기고는 있지만 정말로 사적인 이야기는 블로그에 남기지 않는다. 아쉽게도 남겨지지 않은 이야기는 내 머릿속을 떠돌다가 조용히 사라져버린다.
그렇다고 남들과 공유하기 위한 블로그에서 비공개로 글을 올리는 것도 역설적이라는 생각이 들고, (그런 수고를 들일 사람은 없겠지만)혹시 해킹이라도 당하면 수습이 불가하기 때문에 작성되는 내용에는 한계가 있다.
요즘 블로그를 하며 이런 생각들을 하다 보니 다시 다이어리가 떠올랐다. 블로그에 올리는 글처럼 긴 내용을 쓰지는 않더라도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를 매일 짧게 남기며 그날의 감정을 기록하기에는 다이어리만 한 게 없겠다 싶었다. 그래서 결국 이 비싼 다이어리를 사게 됐다는 이야기를 남기며 이제 본격적으로 다이어리를 살펴보자.
몰스킨 2025 뱀띠 위클리 다이어리
다이어리는 과거에도 몰스킨으로 구매한 경험이 있어 몰스킨 홈페이지를 먼저 방문했다. 마침 연말이라 2025년 다이어리가 많았는데, 그중 뱀띠 에디션을 발견하고 표지가 마음에 들어 바로 주문했다. 다이어리만 사고 싶었지만 이미 품절이었고, 박스가 함께 제공되는 제품은 재고가 있어 값을 조금 더 주고 데려왔다. 못 본 새 다이어리 값이 많이 올랐다.
선물하기 좋아 보이는 포장을 벗기니 다이어리가 모습을 드러낸다. 하늘색 배경에 어우러진 뱀 문양과 금빛의 2025 숫자가 잘 어우러진다. 박스와 다이어리 모두 커버의 질감이 좋고, 고급스러움이 느껴진다.
몰스킨 레이아웃 중 위클리 레이아웃이다 보니 다이어리 두께가 많이 얇다. 보조로 사용할 수 있는 페이지를 더 넣었으면 좋았을텐데, 가격이 높다 보니 기대치가 함께 높다.
좌측엔 날짜별로 하루 동안 있었던 일을 짧게 두세 줄로 기록하고, 생각이 많은 날에는 우측에 내용을 기록하면 좋겠다 싶다. 다른 분들도 지적하는 내용인 것 같은데, 토요일과 일요일에 할당된 칸이 다른 요일보다 적은 게 아쉽다.
다이어리 뒤편 포켓에는 봉투 2장과 스티커 그리고 짧은 문구가 다국어로 포함되어 있다. 사용할 일이 없을 것 같아 박스에 고이 넣어두었다.
위클리 페이지는 2025년 1월 1주차 월요일부터 시작되므로 실제로는 2024년 12월 30일(월요일)부터 기록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다. 갑자기 쓰는 다이어리라 하루도 빠짐 없이 기록하긴 어렵겠지만 습관을 들여 매일을 회고하는 삶이 되길 바란다.